주말, 휴일, 연휴가 되면 정주행 할 드라마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1년 내내 온갖 드라마를 다 섭렵하는 웬만한 드라마광이 아니고서야 화제가 되었지만 못 보고 지나간 드라마가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방영 당시에는 시청률이 저조하거나 화제 되지 않았음에도 뒤늦게 발굴(?)된 보석같은 드라마도 있고, 아주 오랫동안 긴 시간 사랑받는 드라마도 있다.
보통 인생드라마라고 하면 공통적으로 회자되는 특정 드라마들이 꽤 있다. 아주 많은 사람이 아니라도 누군가에게 '인생'드라마로 꼽힌다는 건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작품일 것이다. 다만 종종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인생드라마 추천 좀 해주세요' 글의 댓글들을 쭉 살펴보면 성별과 연령대에 따라 추천 장르나 작품이 많이 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정주행 할만한 드라마를 찾기 위해 누군가의 추천 글들을 보고 있는 당신은 아래 내용을 참고해서 아래 글을 보자.
✔️ 나는 30대 초반의 여자이다.
✔️ 아주 많은 드라마를 섭렵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 좋아하는 드라마는 주기적으로 정주행 할 정도로 애착을 가진다.
✔️ 웃기거나 가벼운 분위기의 드라마보다는 메세지가 있고 감동이 있는 작품을 더 좋아한다.
✔️ 조연의 비중이 높은 드라마를 선호한다. 주인공 혹은 삼·사각 관계의 남녀만 조명하는 드라마는 별로.
아래 5위부터 1위까지 순위를 매긴 드라마는 이런 사람이다. 위의 비슷한 조건을 가진 사람이거나, 이런 사람이 추천하는 드라마가 궁금하다면 아래 글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혹시 이 중에 아직 보지 않은 드라마가 있다면 (특히 1위로 꼽는 드라마) 꼭, 꼭 보기를 추천한다.
♥ 동백꽃 필 무렵
추천하는 5개의 드라마 중 가장 최근작이다. 요즘처럼 시청률이 의미없는 방송가에 최고시청률을 24% 가까이 찍었다는 것만 봐도 얼마나 화제의 작품이었는지 알 수 있다. 다시보기 서비스나 스트리밍까지 합치면 24% 시청자들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동백꽃을 사랑했을 것이다.
정주행 드라마 추천을 찾아보는 사람들 중 <동백꽃 필 무렵>을 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만약 보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꼭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순위는 5위로 밀어냈지만 추천작 5개 중 몇 개는 굳이 '꼭 보세요 부디 꼭이요 꼭!'이라고까진 하고싶지 않다. 그런데 동백꽃은 봤으면 좋겠다.
<동백꽃 필 무렵>을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다. 진짜 오랜만에 인간미 넘치는 드라마 본다고, 너무 행복하다고. 어떤 드라마는 보고 있으면 더 속이 상하고 답답하고 울적해지는데 동백꽃 필 무렵은 정말로 웃고 우는 내내 너무너무 행복했다고... :)
조연들의 이야기가 풍부한 드라마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참으로 선물같았던 드라마. 사람에게 상처받고 사람에게 치유받는 이야기가 참 좋았다. 한결같이 좋은 사람, 착한 사람이 아니라 사랑을 주던 사람도 상처를 주고, 상처를 주던 사람이 사랑도 주는 잔잔하면서도 결코 잔잔하지 않은 장면들이 참 좋았다. 동백이의 성장일기에 모두가 앞다투어 소중한 기록을 남기는 드라마. 남편과 둘이서 얼마나 눈물 콧물 흘리며 울고 또 웃으며 봤는지. 행복해지고 싶다면, 마음이 따뜻해진다는 게 다른 사람을 이해하게 된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느끼고 싶다면 가자, 까멜리아의 거리로!
특징 : 오정세 인기 급상승 ㅋㅋㅋㅋ 강하늘 굳히기 들어감 ㅇㅇ
♥
거의 모든 사람의 인생드라마에 필히 들어가있을 드라마. 우리나라 역대급 범죄.추리스릴러 드라마로 김은희 작가의 포트폴리오를 더욱 극강으로 만들었다.
이제는 흔한 소재가 되어버린 타임슬립을 '과거에서 걸려온 무전'이란 소재 하나로 뒤집었다. 직접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서 걸려온 무전 하나로 오래된 미제 사건을 파헤치는 수사극. 주인공인 이제훈과 김혜수, 조진웅의 연기력이 돋보였고 소위 말하는 떡밥을 정말 잘 뿌리고 잘 거둔 작품. 화성연쇄살인사건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미제 사건들이 등장해 흥미롭고, 전개 엄청나게 빠르다; 드라마 흐름 따라가느라 스릴에 몸이 뻣뻣하게 굳어져있던 경험.. 시그널 애청자라면 누구나 알 것... 감동도 있고, 깨달음도 있고, 범죄와 관련된 화두를 던져주기도 하는 좋은 드라마였다.
다만, 마지막화에서 시즌2를 연상시키는 애매한 결말이 펼쳐지면서 '시작은 창대했으나 그 끝은 미미하다'고 조롱받는 왕좌의 게임.. (아래 말 짤이 유명하다 ㅋㅋㅋ) 느낌이 살짝 있다. 어차피 시즌2 볼 거니까 (2020년 방영 예정), 믿고 보는 김은희 작가니까 나는 엔딩이 좀 당황스러웠어도 별 다섯 개 만점을 주는 작품인데.. 같이 재밌게 보았던 남편은 결말 때문에 인생드라마까진 아니라고. ㅎㅎ
♥ 3
방영 전부터 여주인공 역에 가수 아이유가 캐스팅된 것을 보고 난리가 났다. 아이유랑 이선균이랑 나이 차이가 얼만데, 어린 여자가 나이 차이 엄청 나는 아저씨랑 뭘 하겠단 거냐, 제목부터 토나온다..는 지탄을 받았던 드라마... 사람 대 사람, 인간 대 인간으로 위로 받는 힐링 드라마라고 해도 통하지 않았다. 당장 나부터도 극혐했으니까..ㅋㅋㅋ
그래서 방영 당시에는 보지 않았다. 러브라인 진짜 조금만 나와도 너무 너무 싫을 것 같아서. 그런데 1년 즘 지나서 어쩌다가 남편과 함께 다시보기로 정주행을 시작했다. (아마 그때도 인생드라마 찾아보는데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이 드라마 나저씨를 언급해서.. 도대체 뭔데 그러는 거야?하는 마음으로 본 것 같다.) 그리고는 멈추지 못하고 다 봤다. 우리가 주말 부부일 때였는데.. 금요일 밤에 만나면 밤새 보다가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또 티비 켜서 보고...
나의 아저씨... 진짜 대단한 드라마고 좋은 드라마다. 스토리, 작가 필력, 배우들 연기력, 연출, 엔딩 이런 거 다 떠나서 그냥 지금까지 이렇게 어둡고, 부정적이고, 슬픈 분위기로 드라마 전체를 통으로 끌고가는 작품이 있었던가..? 싶어서. 그런데도 엄청난 몰입감을 주고, 마음을 움직이고, 모두가 똑같은 마음으로 주인공을 응원하게 된다는 게. 되게 신기하고 새롭고 그랬다. (당연히 조연들의 이야기도 좋았다. 좋은 드라마에는 늘 조연 캐릭터의 비중이 높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 꼭 하나의 드라마만 보라고 추천한다면, 어떤 드라마를 이야기해주겠어요? 라고 한다면. <나의 아저씨>를 말하고 싶다. 1위, 2위가 따로 있긴 하지만 <나의 아저씨>는 뭐랄까, 압도하는 뭔가가 있다.. 도대체 그 뭔가가 뭐야?! 하는 사람들은 그냥 한번 보길..
특히, 보기 전의 나처럼 이 드라마에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추천한다. 나도 직접 보기 전까진, 남초 커뮤니티에서 제일 많이 회자되는 인생드라마가 <나의 아저씨>라 더 안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보고 나면 생각이 달라진다.. 나중에 남편이랑 또 볼거임 ㅠㅠ
특징 : 아이유 연기 어쩜....
♥ 2
국민드라마 응팔, 무슨 말이 필요할까. 흔히들 응답 시리즈를 나눌 때 각 드라마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응칠(응답하라 1997) - 청춘
응사(응답하라 1994) - 로맨스
응팔(응답하라 1988) - 가족
이라고 하는데 진짜 그렇다.
응답 시리즈를 있게 한 응칠, 굳히기에 들어간 응사, 그리고 대망의 응팔까지 응답 시리즈는 각각 고유한 분위기로 많은 팬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끔 응칠, 응사, 응팔 중 가장 아끼는 시리즈는 어떤 거냐고 묻는 글이 올라오면 저마다 어필이 치열하다. (의외로 응사가 찐이라는 이야기가 많아서 얼마 전에 다시보기로 보는데 나도 남편도 별로..?라고 6-7화즘인가에서 멈추고 안 봤다. 그 시절 농구에 환장한 여대생이라는 소재 자체가 친숙하지 않아서인 것도 같고.. 하여튼 어딘가 루즈했음.)
그런데 응팔은 일단 각 에피소드 스토리부터가 사기급이다;; 아무래도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보니 전연령층의 사랑을 듬뿍 받았고, 조연 캐릭터 하나하나가 다 매력있어서 방영 내내 화제였음.. 특히 남편찾기는 전국민이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vs어남택(어차피 남편은 택이)로 파가 나눠져ㅋㅋㅋㅋㅋㅋ 치열하게 응원하고 추측했는데.. 당시 다니던 회사 팀에서 나 빼고 전부 어남류였던 기억이 난다. 내가 맞췄다고 본부장님이 맛있는 거 사줬던 기억도..ㅋㅋㅋ 하여튼 그만큼 10대부터 50-60대까지 모두가 사랑한 드라마였다.
혜리는 첫 화만으로 연기력 논란, 캐스팅 논란을 단박에 끊어냈다. 특히 둘째의 서러움을 연기한 생일상 장면에서는 대한민국 둘째들의 열렬한 공감과 응원을 받으며ㅎㅎ 혜리가 아닌 덕선이는 상상할 수 없게 만들었던... 응팔은 때마다 정주행하고 싶은 드라마는 아니지만 채널을 돌리다가 재방송 하는 걸 잠깐 보고 있으면 그대로 푹 빠져들게 하고 웃음주고 감동주는 드라마. 이건 안 본 사람 없을테니까 보란 소리도 필요 없음...
특징 : 정봉이 이제 어딜 나와도 정봉이 같아 보임
♥ 1
아이러니하게도 5개의 추천작 중 가장 인지도와 인기가 떨어지는 드라마다. 길 가는 사람 잡고 혹시 <응답하라 1988> 봤어요? 하고 물어보면 열에 일곱 여덟은 네, 하겠지만 혹시 <그들이 사는 세상> 봤어요? 라고 하면 네? 그게 뭔데요?라고 할 것이ㄷ...........^^;
하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드라마, 극강의 매니아층을 지닌 드라마로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진짜 거짓말 아니고 이 드라마 20번 넘게 봤다ㅎ 대본집도 사서 봤고, 블로그에 각 화 리뷰및 명대사를 정리한 적도 있고... 하여튼 몇 번이고 정주행해도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 볼때마다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런 드라마다.
아무리 <시크릿가든>이나 <알함브라>, <사랑의 불시착>등등 에서 현빈의 캐릭터들이 강렬했어도 나한테는 가난한 농꾼 아들ㅋㅋㅋ 촌사람 정지오가 제일 인상 깊고 잊혀지지 않는다. 또 이 드라마 속 송혜교 캐릭터인 주준영은... 진짜 주준영 그 자체 ㅠㅠ 그사세 이후 숱한 드라마 봤어도 비슷한 여주 캐릭터 하나도 없었다. (진짜 하나도!!)
방영 당시에는 <에덴의 동쪽>이라는 드라마에 밀려 시청률이 처참했다고 한다. 나도 고3이어서 2008년 방영할 때는 이런 드라마가 있는줄도 몰랐음.. 그런데 대학생이 되고 2009년인가 10년인가 처음 본 이후로 인생드라마로 등극! 그리고 그때부터 직감으로 알았다. 내 인생에 이 드라마 뛰어 넘는 드라마는 어쩌면 다신 없을 수도 있겠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네... 올해가 2020년이니까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단 한 차례도 흔들리지 않고 내 마음속 인생드라마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니.
+ 참고로 노희경 작가의 작품이다. 그의 팬이라서 <그들이 사는 세상>을 본 사람들이 많던데, 나는 거꾸로 <그사세>를 보고 나서 노희경 작가의 팬이 되어 노작가님 작품이라면 다 챙겨보게 되었다.
특징 : 최다니엘 인생 연기 ㅋㅋㅋㅋㅋ 수경 언니 못 잃어 ㅠㅠㅠㅠ
혹시 내 글 보고 <그들이 사는 세상> 정주행하는 사람 있다면 다 보고 와서 고맙다고 말해줘야돼... 이런 드라마 알려줘서 고맙다고...
사실 언제 봐도 재밌고, 설레고, 추억 여행하는 드라마로는 <커피 프린스 1호점>과 <시크릿 가든> 절대 빼놓을 수 없고..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내가 유달리 좋아했던 로맨스 드라마 <인현왕후의 남자>도 추천하고 싶다. <뿌리깊은 나무>나 <추적자>도 되게 좋아했던 드라마고. 정유미 열연이 돋보이는 <로맨스가 필요해2>와 <연애의 발견>도 많은 여자들이 꼽는 인생로맨스.. 최근에 했던 <아는 와이프>, 박서준 나온 <쌈마이웨이>랑 <이태원 클라쓰> 등등 다 재밌게 봤다.
하지만 이런 드라마들은 재밌긴 해도 인생드라마, 라고 불릴 '급'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 개인적으로는 '인생드라마' 하면 그저 재밌고 웃기거나, 캐릭터가 매력적이거나, 무지막지하게 설레거나.. 하는 걸로는 충분하지 않다. 단순히 시청하고 있는 그 시간만 즐거운 게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이 있어야, 시간을 통과하고도 마음에 남는 것이 있어야 '인생'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줄 수 있지 않나...? (이래서 진지충 소리를 많이 듣나보다ㅋㅋㅋㅋ)
+ 휴.. 나도 정주행하고픈 드라마 많은데.. <마더>, <비밀의 숲>, <비밀>, <슬기로운 감빵생활> 등등 ㅋㅋㅋ 사실 시간 순삭되는 거 싫어서 드라마 잘 안 봄..
이상 ㅋㅋㅋ 드라마 잘 안보는 사람이 추천하는 인생드라마 top5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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